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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빌 강연을 듣고 문득 떠오른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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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에서 게임빌 송병준 대표님의 강연이 있었다. 게임빌 대표님의 강연을 듣고 있으니 2년 전에 동아리에서 했던 컴투스와 게임빌 분석 세션이 생각이 났다. 그러니깐 그때가 2010년 봄,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통신사들의 밥그릇 싸움에 외국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늦은 속도로 도입이 된 것은 물론인데다가, 게임 규제라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 시작되고 있던 그 시기였다. 그 당시가 얼마나 막막했느냐면, 안드로이드 스토어, 지금의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 항목이 따로 없었을 정도다. 거기다 사전 심의라는 말도 안되는 제도가 있어서 사실상 한국 앱 마켓에서 게임을 개발해서 팔아먹는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기에 게임빌의 주가는 대략 3만 5천원 내외. 그마저도 한번 크게 상승해서 그 정도였다. 앞서 말한대로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거기에다가 피쳐폰 개발에서 스마트폰 개발이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게임빌과 컴투스는 처참하게 망할거라고 생각했다. 도저히 비전이 보이지 않고 한국에서 모바일 게임 개발을 하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저축이나 하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IT, 그리고 게임 시장은 처참하기만 했다. 그러나 결국 사전 심의라는 말도 안되는 제도는 끝내 폐지가 되고 한국 구글 마켓에서도 게임 탭이 생기게 되었다. 그때 우리나라에 매우 뒤늦은 앵그리버드 열풍이 몰아닥치게 되었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당연히 망할 것이라 생각했던 컴투스와 게임빌은 살아남았다. 주가가 3만5천원이었던 게임빌은 2년 뒤 주가가 8만원이 되고 12년 말에는 14만원을 뚫는 기염을 토한다. 지금은 비록 조금 꺾이긴 했지만, 분명 내가 예측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나는 희망을 잃고 국내 시장을 아예 포기하거나 심지어 회사를 접을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누구보다 확신에 가득차서 아이팟 터치와 새로운 스마트폰의 시대를 미리 예측하고 그 곳에 올인했을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이라면 그런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그게 어쩌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고 안되는 것을 되게하는 정신이 아닐까.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한다는 입장에서 봤을 때 좋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먼저 비관하고 좌절하기보다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맞았을텐데. 아무튼 내 생각과는 반대로 게임빌은 살아남았고 성공했다. 결국 컴투스까지 인수하게 되었지.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말도 안되는 게임 규제와 탄압은 심해지고 그것에 현혹되는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게임이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마치 90년대 만화처럼 산업 자체가 고꾸라질수도 있는데 그런 압박감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이런 점들이 진짜 멋지고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카카오톡 게임 이후의 모바일 게임은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카카오톡 게임으로 인해 게임이 전 연령층으로 급속하게 확대되고 모바일 게임 전체 시장의 크기가 급속하게 커진 것은 맞지만, 모바일 게임은 너무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개발 비용은 더 들어가는 상황이라 한 방에 대박을 내야지, 안그러면 진짜 답이 안서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게임사들의 선택은 외국에서 검증받고 잘 팔리는 게임들을 그냥 배껴버리자. 그런 예시들이야 진짜 수없이 많으니 굳이 내가 열거할 이유는 없겠지. 아무튼 이런 카피캣들은 전반적인 게임 산업의 질을 떨어트리고 서로가 서로를 침식하는 암적인 존재와 다를바가 없다. 내가 한 가지 실망한 것은, 송병준 대표님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질문했을 때 다른 게임에서 어느 정도 ‘벤치마크’를 해왔더라도 분명 보이지 않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고 새로운 시도가 들어간다는 대답. 작은 변화가 있거나 없거나 그 이전에 이미 배껴버린 게임인데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물론 게임 업계 상황은 십분 이해하지만, 결국 이렇게 가다가는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전체 산업이 넘어질 수도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 떄문에, 현업 중 가장 핫한 기업의 대표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싶었지만 결국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물론 전체 대답은 훌륭하셨다, 옳은 말을 하셨고, ‘좋은 게임’을 만들면 괜찮을 거라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내가 궁금한건 그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지 였고, 사실 그 부분을 다시 질문했을 때 대표님의 대답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나는 어차피 게임 쪽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 명의 게이머로서,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고민하고 있는 주제이지만, 또 막상 현업에서는 당장 기업이 죽느냐 사느냐를 쥐락펴락 하는 주제이다 보니 민감하기도 하고 다소 부정적이지 않게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간만에 무언가 강연을 듣고 자극이 된 것 같다. ‘저도 여러분들과 다를바 없는 학부생이었습니다’라는 얘기나, ‘이민화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무언가 길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와 같은 얘기들은 어느새 국내 벤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너무나 비관적이고 삐딱한 시선으로만 바라보던 나에게 정말 순수하게 열망하던 그 시기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불러일으켜준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