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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 스케일이 다른 재난 영화(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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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사람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항상 공상과학영화를 보거나 혹은 소설을 읽다보면 드는 생각 중 하나였다. 이런 아이디어가 실제 영화로, 그것도 IMAX 3D로 구현되어 상당히 흥미로웠다. 아마 우리의 거의 대부분이 절대 죽을 때 까지 경험해 볼 수 없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의 완벽하게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영화라고 하여 더욱 기대가 갔다. 실제로 가서 관람해보니 일부 사실과 맞지 않는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무중력 상태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매우 잘 고증해내어 놀랐다.우주에 대한 묘사도 아름다웠지만, 그 뿐 아니라 영화 전체적인 흐름이나 촬영기법 또한 정말 훌륭했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초반 도입부의 롱테이크 씬이었는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가져가면서 휴스턴과 교신하는 익스플로러 호와 허블 우주망원경이 점점 가까워지는 씬이었는데, 이 씬하나로 우주의 광활하고 고요한 장면을 극적으로 잘 묘사해낸 훌륭한 연출 방법이었다. 그 소름끼칠 정도의 적막함. 그리고 그 엄청나게 큰 우주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도입부의 롱테이크 씬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촬영 기법 중 하나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시선과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을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닥터 스톰이 패닉에 빠져있을 때 그 암울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관객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말 좋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극찬한 우주에 대한 묘사나 촬영 기법 등의 기술과는 다르게 시놉시스는 매우 간단해서 허블 우주 망원경을 고치러 올라간 특수임무팀이 조난당해 지구로 목숨을 걸고 돌아가는 것이 전체 이야기 흐름의 전부이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은 긴박하기 그지없는데, 특히 첫 번째 충돌에서 방방거리면서 좋아하던 우주 비행사가 바로 파편에 맞아 즉사했을 뿐 아니라 익스플로러호도 파편에 충돌하면서 내부 승무원들이 전부 몰살당하는 장면은 비극적이고 소름끼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화재와 두 번째 충돌 인해 ISS가 완전히 박살이 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처참하게 부서지고 또 너무나 적막하게 부서진다. 당연히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는 소리를 전달할 매개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눈 앞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내 소유즈 안에서 나오는 소리만 들리고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고 소름끼칠 정도로 고요하고 적막한 것이다. 그 이외에도 긴박감을 극대화시킨 장면을 하나만 더 꼽자면 중국 우주 정거장이 대기권으로 추락하면서 불타 없어지는 장면인데, 이 장면 역시 매우 극적이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외로움은 우주에서 조난 당한 것에 비해면 감히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살 수 있는 가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당연히 희망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죽고나서도 아무도 나의 위치를 알 수 없고 내 유해조차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게 무섭다. 그런데 맷 코왈스키는 그런 상황에서 냉철하게 자신을 버리고 스톤 라이언을 살린다. 물론 군인이고 이런 극단적인 돌발상황에 익숙하고 잘 훈련받았겠지만 그거랑 진짜 내가 죽는 것은 다른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물론 영화를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출에 불과하지만.. 심지어 맷이 로프를 끊고 멀리 날아갈 때도 우주 유영 기록을 깰 수 있을 것 같다느니 겐지스 강 너머로 뜨는 해가 아름답다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자신의 상황과 얼마나 대조되는 행동인가. 심지어 자신이 죽어가는 그 와중에도 ISS에 들어갈 수 있도록 끝까지 독려하고 무선으로 지시하여 닥터가 ISS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으니 닥터 스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중간에 갑자기 소유즈 내부로 맷이 도어를 오픈하고 들어왔을 때 당연히 이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고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 진심으로 맷이 진짜 살아돌아온 것이기를 빌었다. 현실은 아 시밤 꿈이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닥터 스톤이 각성해서 살아날 수 있었고 허무하게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끝내 탈출에 성공하고 지구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처음에 우주유영을 하는 장면에서 맷이 닥터 스톤에게 물어본다. 우주에서 뭐가 제일 좋냐고. 스톤은 딱 한 단어로 대답한다. ‘Silence’ 하지만 조난당하고 모든 교신이 끊어지고 정말 우주를 증오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결국 자신이 우주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자신을 가장 무섭고 공포에 처하게 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다. 심지어 이 쥐 죽은 듯한 침묵은 영화의 가장 극적인 장면에서도 계속되는데, 잘 들어보면 심장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ISS가 박살이 나고 우주 쓰레기가 주인공을 덮쳐도 쓸데없는 효과음은 없다.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효과음은 바로 고요였다. 그래서인지 중간에 소유즈에서 지구와 통신이 되었을 때 개 짖는 소리와 아이 소리에 닥터가 그렇게 반응하고 끝내 울음을 터트리게 되었을 것이다. 또 재미있게도 닥터 스톤에게 다가온 맷의 환영이 말한 우주의 아름다움은, 마찬가지로 고요였다. 우주선의 모든 전원을 끄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그 기분. 아무도 나를 상처주지 않고 나도 남들에 의해 상처받지 않는 완벽한 상황. 이 영화에는 항상 그 Silence가 다양한 관점에서 계속 해석이 된다. 정말 고요함, 혹은 적막함 이상의 단어가 있으면 좋겠는데 불행히도 내 짧은 어휘실력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 영화는 더욱 더 극적인 효과를 위한 적절하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촬영 기법과 연출을 선보였다. 그 뿐아니라 씬도 아주 훌륭하고, 비록 간단한 시놉시스임에도 불구하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긴박함으로 끝까지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이 영화를 통해 바라본 우주는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과는 대조적으로 너무 소름끼치게 무서웠다.